묻지마 범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커지면서 경찰과 검찰이 물리력 행사 등을 포함한 강력 대응에 나섰다. 특히 범죄를 예고하는 글에도 협박·살인 예비 등의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인데, 현실성 여부를 두고 법조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이 검거한 살인 예고 피의자 중 절반 이상은 1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진지하게 살인 계획을 세웠다기보다 장난으로 글을 올렸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은 "살인예고 글 187건을 확인해 5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전체 검거자 중 54%는 10대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살인 예고 게시글 작성자에 대해 예비살인과 협박 등 최대한 엄격한 형벌을 적용할 방침이다. 다만 예비살인 혐의의 경우 범죄 대상을 특정하고 흉기 구매 등 구체적인 범행 계획과 실천이 있어야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모든 사안에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사흘간 다중 밀집지역에서 거동 수상자 442명을 검문검색했고, 이 가운데 14명이 협박 등 혐의로 입건됐다. 7명은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았고, 99명은 경고 조치 후 훈방됐다. 입건된 14명은 대부분 흉기를 소지했으며, 마약을 갖고 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우 본부장은 "검문검색 기준은 '현장 경찰'의 판단에 의해서 할 수밖에 없다"며 "살펴봐서 일반인과 다르게 행동을 하거나, 불안해하는 등 특이 동향이 발견됐을 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중대강력범죄 엄정 대응 긴급회의'에서 살인예고에 대해 "협박죄 외에도 살인예비,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가능한 형사법령을 적극 적용하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다만 글을 올린 것만으로 살인예비죄가 적용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경찰이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한 케이스는 3건뿐이다. △"신림역에서 20명의 여성을 살해하겠다"며 글을 올린 20대 남성 △고속터미널에서 흉기 소지로 체포된 20대 남성 △경북 안동시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는 예고글과 흉기를 촬영한 사진을 올린 30대 등이다.
수사기관은 협박·살인예비 혐의 적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제로 형사 처벌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측에서는 공개된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에 대해 범죄를 예고하는 행위를 협박 등 혐의로 처벌한 대법원 판례를 찾아보기 어렵고, 살인예비죄의 경우 살인의 고의가 드러나야 하는 등 성립요건이 까다롭다고 지적한다.
부장검사 출신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협박이라는 개념이 없다"며 "살인예비죄는 실제 살인을 하려고 장비를 구입하는 등 살인의 고의가 드러나야 하는데 글을 올리는 것만으로 해당 혐의를 적용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10대 청소년의 경우에도 살인예비죄 적용까지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수본 관계자는 "청소년들은 소년부 송치나 정식 기소, 둘 중 하나로 처리한다"며 "촉법소년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처벌은) 어렵고, 교육과 훈계 문제가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조계는 무분별하게 살인예고 글이 이어지는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사회가 '안전한 사회'로 인식되던 과거와 달리 '위험한 사회'로 인식되는 현재, 이 같은 행위를 방치할 경우 지속적인 사회적 혼란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사건에 대한 형사처벌을 두고 갑론을박은 있을 수 있지만 시민들의 실질적 공포심이 있는 상황에 살인예고 글을 올리는 행위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며 "신속한 검거와 처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