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①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적용 죄명 ② 수사기관이 정말 알고 싶은 것 ③ 고의를 가르는 네 가지 정황 ④ 진술 전에 확보해야 할 자료 ⑤ 조사에 임하는 자세 ⑥ 자주 묻는 질문 (FAQ) |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명진 형사그룹 김우석 대표변호사입니다.
"단순 배송 아르바이트인 줄 알았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으로 조사받는 분들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조사실에서 거의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수사기관은 이미 같은 말을 수백 번 들어봤기 때문인데요. 정작 결과를 가르는 것은 이 문장이 아니라, 그 뒤에 무엇을 덧붙일 수 있느냐입니다.
보이스피싱경찰조사는 내가 범행에 가담한다는 사실을 인식했는지를 가려내는 자리이고, 그 판단은 진술의 진정성이 아니라 정황의 조합으로 이루어집니다. 오늘은 그 정황이 무엇인지, 그리고 조사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짚어보겠습니다.
단순 가담이라고 해서 가벼운 처벌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따라 적용되는 죄명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현금을 직접 수거해 전달한 경우에는 사기죄의 공동정범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형법상 사기죄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피해액이 5억 원을 넘으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됩니다. 조직적으로 역할이 분담된 경우라면 범죄단체조직·가입·활동죄가 함께 적용될 수 있는데, 이 경우 가담 기간이 짧아도 조직 전체의 범행에 대한 책임을 묻게 됩니다.
통장이나 체크카드를 넘긴 경우에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집니다. 다만 그 계좌가 사기 범행에 쓰일 것을 알았다면 사기방조까지 인정될 수 있어, 단순 대여로 끝날지 여부가 조사에서 갈립니다.
여기서 놓치기 쉬운 것이 구속 가능성입니다. 보이스피싱은 조직 사건이라는 특성상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고 평가되기 쉬워, 특히 현금을 직접 수거한 경우라면 조사 단계에서 곧바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구속된 상태에서는 자료를 확보하거나 피해 회복에 나서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지므로, 보이스피싱경찰조사 초기부터 주거가 일정하고 도주 우려가 없다는 점을 소명할 자료를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조사실에서 반복되는 질문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어떻게 그 일을 알게 되었는지, 누구에게 지시를 받았는지, 얼마를 받기로 했는지. 얼핏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질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물음으로 수렴합니다.
'이 사람은 정말 몰랐을까, 아니면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넘어갔을까.'
말단 가담자는 조직의 실체를 모르는 경우가 실제로 많습니다. 문제는 몰랐다는 사실을 어떻게 증명하느냐입니다. 수사기관은 피의자의 내심을 직접 들여다볼 수 없으므로, 겉으로 드러난 정황을 조합해 역으로 추론합니다.
여기서 기준은 확정적으로 알았는지가 아니라, 보이스피싱일 수도 있다고 인식하고도 감수했는지입니다. 위 정황이 하나둘 겹칠수록 몰랐다는 주장은 설 자리를 잃습니다.
정황이 불리하게 조합되는 것을 막으려면, 내 쪽에서도 정황을 제시해야 합니다. 문제는 그 자료가 대부분 휘발성이라는 점입니다.
채용 공고 화면은 게시글이 삭제되면 사라지고, 지시자와 나눈 대화는 상대가 대화방을 폭파하거나 계정을 없애면 복구하기 어렵습니다. 보이스피싱경찰조사 통지를 받은 시점이 이미 늦은 경우가 많지만, 남아 있는 것이라도 즉시 캡처하고 원본을 보관해야 합니다.
스스로도 대출 사기의 피해자였던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대출을 미끼로 통장을 넘기게 된 정황, 실제로 상환 독촉을 받은 내역처럼 본인 역시 속았음을 보여주는 자료가 없으면, 그 주장은 단순한 변명으로 받아들여지기 쉽습니다.
준비 없이 출석해 억울함을 길게 설명하다 보면 묻지 않은 내용까지 말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불리한 정황을 스스로 인정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기억이 불확실한 부분은 그대로 밝히는 편이 낫고, 서명 전에는 내가 말한 것과 다르게 기재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건이라면, 조사 단계에서부터 피해 회복에 나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받은 보수를 반환하고 피해자에게 배상하거나 공탁하는 노력은 처분 단계에서 중요하게 참작됩니다. 다만 보이스피싱은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가 많아 누구와 어떤 순서로 접촉할지 판단이 필요하고, 잘못 접근하면 오히려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변호인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엇보다 어떤 질문이 나올지, 어떤 답변이 유리하고 불리한지는 수사 실무를 아는 사람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에게는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출석 전에 예상 질문과 답변을 정리하고 조사에 동석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A. 압수는 원칙적으로 영장에 근거해 이루어지며, 출석만으로 당연히 압수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통신 기록이 핵심 증거인 사건 특성상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는 경우가 적지 않으므로, 관련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A. 지시자의 연락처, 대화 내역, 송금 계좌처럼 본인이 가진 정보만으로도 수사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협조는 가담 정도가 낮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평가되기도 하므로, 무엇을 어떻게 제출할지 정리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보이스피싱경찰조사는 진심을 호소하는 자리가 아니라 정황을 겨루는 자리입니다. 수사기관이 불리한 정황을 조합하는 동안, 나 역시 유리한 정황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황은 대부분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집니다.
보이스피싱 관련 출석 요구를 받으셨다면, 조사 날짜를 기다리기보다 지금 남아 있는 자료부터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에서 결과를 가르는 것은 몰랐다는 말이 아니라, 몰랐음을 뒷받침하는 한 장의 채용 공고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여러분의 든든한 조력자, 김우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