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혈중알코올농도 0.19%로 운전하던 중 인사사고를 일으켜 피해자 2명에게 진단 3주·2주의 상해를 입혔습니다. 음주운전에 더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혐의가 함께 적용되었습니다.
검찰 송치 직후, 한 분이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시선을 자주 내리시는 분이었습니다. 위험운전치상이라는 죄명이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고, 음주운전 전문 변호사부터 찾아보라는 조언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본인이 자초한 잘못은 분명히 인정하셨습니다. 다만 그날 운전대를 잡게 된 이유는 단순한 음주 후 운전이 결코 아니었다고, 띄엄띄엄 말씀하셨습니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은 음주 운전 중 인사사고가 발생한 경우 적용되는 가중처벌 조항입니다. 0.19%는 운전 능력이 사실상 상실된 만취 구간입니다. 피해자가 두 명, 진단 기간이 3주·2주로 더해지면 양형은 한층 무거워집니다. 이 정도 결합이면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진지하게 거론되며, 무혐의는 다툴 여지가 없습니다.
의뢰인은 사회적 관계가 좁고, 자신의 처지를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분이었습니다. 무혐의 변론이 봉쇄된 사안에서는 의뢰인의 실제 맥락이 수사기관과 법원에 한 글자도 전달되지 못한 채 사건이 마무리되기 쉽습니다.
피해자가 발생한 사안에서 선처를 받으려면 양형 가중을 상쇄할 무게 있는 사정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반성문은 너무 흔합니다. 의뢰인이 그날 왜 그 선택을 했는지가 설득되지 않으면 벌금형 결론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는 의뢰인이 편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었습니다. 사무실에서 차 한 잔을 두고, 여러 차례 나누어 만났습니다. 의뢰인은 학창 시절 학교폭력을 겪으셨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길에서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남성 무리만 보이면 몸이 굳어버리는 반응이 있고, 평소 여장(女裝)을 즐기시지만 그 사실이 알려질까 봐 사회생활을 극도로 줄여온 분이었습니다.
의뢰인은 평소 차량을 자주 운전하지 않으셨고, 대리운전 호출 앱 사용에 능숙한 편이 아니셨습니다. 그날은 술자리 이후 주차 위치 자체를 잊어버리셨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가까스로 차를 찾으셨고, 우선 차 안에서 잠시 잠을 청한 뒤 다시 호출을 시도하실 계획이셨습니다. 그런데 그 시각, 인근에서 노숙자 두 분이 큰 소리로 다투기 시작했고, 잠시 후 한 분이 다른 분을 때리는 장면이 의뢰인 눈에 그대로 들어왔습니다.
여기서 의뢰인 안의 폭행 트라우마가 작동했습니다. 그 자리를 빨리 떠나야 한다는 본능적 판단이 앞섰고, 차량 위치만 잠시 옮기려다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음주운전 전문 변호사로서, 이 진술을 진술 그대로 두는 것은 변론으로 기능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정신과 치료 기록, 과거 폭행 피해 진료 기록, 가족의 진술서, 평소 사회적 관계의 협소함을 보여주는 자료들을 모았습니다. 사고가 만들어진 과정 전체를 한 편의 서사로 재구성해 의견서에 담았습니다.
변론 못지않게 합의에 공을 들였습니다. 의뢰인은 피해자 두 분께 각각 손편지로 사과를 전하셨습니다. 보상도 본인 형편에서 무리를 해 마련하셨습니다. 피해자 두 분께서는 합의서와 함께 처벌 불원 의사를 분명히 적어주셨습니다. 가중처벌 사안에서 처벌 불원 의사의 무게는 결정적입니다.
서울서부지방법원은 의뢰인에게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위험운전치상이 결합된 사안에서 자유형이 아닌 재산형으로 매듭지어진 결과입니다. 통상의 실형이나 집행유예 구간을 벗어나, 의뢰인이 사회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음주운전 전문 변호사 김우석 변호사님이 제 인생을 들어주신 시간이, 저에게는 처음이었습니다. 그 시간이 결과로 돌아왔습니다. 너무나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