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여고생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윤기의 아버지 장모 경감이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이 시험대에 올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의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 등 의혹이 쏟아지자 수사기관 통제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특별수사단은 장윤기 사건 수사팀을 지휘한 당시 광주 광산경찰서 형사과장 A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경찰은 당시 수사를 지휘한 간부들이 현직 경찰인 장씨 아버지의 증거인멸 혐의에 개입했는지 여부 등을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수사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검·경 수사권 논의의 출발점은 광복 이후 형사사법 체계가 자리 잡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강점기 경찰은 수사·기소·재판에 더해 형 집행까지 모두 맡는 등 막강한 권한을 가졌다. 1960년대가 돼서야 헌법에 경찰의 정치적 중립을 명문화했고, 영장청구권을 검사에게 부여하는 등 제도적 견제 장치가 마련됐다. 이후 검찰은 1990년대 주요 기업·정치인이 연관된 대형 사건을 잇달아 수사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수사권 조정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전된 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 때다. 당시 정부는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직접 수사 범위를 2대 범죄(부패·경제)로 좁혔다. 이후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를 다시 넓혔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문제는 경찰을 믿을 수 있는지 의구심이 커지는 상황이 잇달아 나타난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연간 426건이었던 경찰관 징계 건수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늘기 시작해 지난해 528건에 달했다. 올해 6월까지 징계 건수는 이미 300건을 넘어 연간 600건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경찰관 징계 사유 1위는 음주운전 등 규율 위반(235건), 2위는 성 비위 등 품위손상(218건)이었다. 수사 청탁을 대가로 돈을 받는 등 금품수수도 27건이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건 규모가 비대한 공룡 경찰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경찰관 총 정원은 약 13만 1000명으로, 검찰청법에 따른 검사 정원 2292명의 57배에 달한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버닝썬 사건, 장윤기 사건 등을 보면 경찰이 내부에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하면 무척 통제하기 어려운 조직이라는 게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는 이 같은 우려를 더욱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윤기 사건에서도 검찰 보완 수사를 통해 장씨 아버지가 증거물을 직접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2025년 10월 김창민 영화감독 폭행 사망 사건 때도 검찰 보완 수사를 거쳐 피의자들의 혐의가 상해치사에서 살인죄로 뒤바뀌었다.
검사 출신인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변호사는 "검사제도의 본질은 경찰 수사가 위법하거나 부족한 게 없는지 다시 검토하는 것"이라며 "보완수사 대부분이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민생사건이다. 일부 정치적인 사건에서 검찰권 남용이 문제 됐다고 보완수사권을 폐지하자는 건 황당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수사기관에 대한 외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더라도 수사심의관, 수사심의위원회 등 실효성 있는 통제가 이뤄진다면 부작용을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경찰 출신인 박세희 법무법인 민 변호사는 "경찰을 못 믿는다면 검찰은 믿을 수 있겠나"라며 "검사가 아니더라도 수사심의관 등 독자적인 견제 장치를 만들면 된다. 엄격한 통제 장치가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수사권 조정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가 소홀해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권 조정 논의가 검찰권 남용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검찰에게서 무엇을 뺏을 건인가로 뒤바뀌었다"며 "정치권에서 검찰 폐지에만 집중하느라 이후 수사 과정에서 국민이 어떤 피해를 받게 될지는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선 수사기관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 기관 간 견제와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