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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범벅 알몸 남성 보고도…2m 앞 살인범 놓친 경찰 초동대응 도마

등록일2026. 07. 15
조회수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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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범벅 알몸 남성 보고도…2m 앞 살인범 놓친 경찰 초동대응 도마

경북 경산에서 발생한 20대 남성 살인사건 수사 과정에서 경찰의 초동 대응이 부실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피의자가 범행 직후 피범벅 나체 상태로 순찰차와 마주쳤는데도 경찰이 곧바로 제지하지 못했고, 그 사이 피의자가 다시 범행 현장으로 돌아가 증거를 훼손한 결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순찰차 2m 앞에서 손 흔든 살인범, 경찰은 그대로 지나쳐

지난 4일 오전 4시께 경북 경산시 하양읍의 한 아파트에서 A씨(24)는 함께 술을 마시던 친구 B씨(24)를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살해했다. 범행 직후 A씨는 옷을 모두 벗은 채 온몸에 피가 묻은 상태로 집을 나와 인근 편의점에서 우유를 마시고, 계산도 하지 않은 채 거리를 활보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였다.

오전 4시18분께 "온몸에 문신을 한 남자가 피를 흘리며 나체로 돌아다닌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순찰차를 출동시켰다. 13일 중앙일보가 공개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오전 4시20분께 순찰차는 도로를 배회하던 A씨와 불과 2m 안팎의 거리에서 마주쳤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오히려 순찰차를 향해 손을 흔들기까지 했다. 하지만 차량과 마주한 시간이 25초 이상 이어졌음에도 경찰관이 차에서 내려 신원을 확인하거나 제지하는 모습은 영상에서 나타나지 않았다. A씨는 이후 도주했고, 뒤늦게 추격이 시작됐다.

되돌아간 살인범, 현장 훼손으로 이어져

경찰이 현장에서 A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사이, A씨는 다시 범행 현장인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당시 현장에는 피해자 B씨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다른 친구가 있었는데, 그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피 웅덩이 속에 숨져 있는 B씨 옆에 엎드려 눕는 등 현장을 훼손했다. 결국 A씨는 경찰이 아니라 현장에 있던 친구들에게 몸싸움 끝에 제압됐고, 경찰은 오전 5시20분께에야 신병을 확보했다.

유족 측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내고 "경찰이 알몸에 피가 묻은 상태의 피의자를 발견하고도 즉시 제압하지 않아 체포가 늦어졌고, 결과적으로 추가 피해나 증거 훼손 위험을 키웠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또 "피해자 친구들이 피의자를 붙잡고 있지 않았다면 추가 피해나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었다"고 강조하며, 경찰에 살인 혐의 외에 시체손괴 혐의를 추가해 달라고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 "당시엔 살인 사실 몰랐다"…혈흔 추적 불가피성 주장

이에 대해 경찰은 초동 대응에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동한 직원들이 거리에서 A씨를 마주친 시간은 오전 4시25분으로, 피의자가 알몸에 피가 묻어 있어 사건 관련자라고 판단해 멈추라고 지시했으나 도망갔다"며 "이후 피의자의 혈흔을 보고 추적 중인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또 당시 순찰차에 타고 있던 직원들이 A씨가 이미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를 전혀 몰랐다고 설명했다. 신고 내용이 '나체로 피를 묻히고 돌아다니는 남성이 있다'는 수준이었을 뿐, 살인사건 신고는 그보다 나중에 별도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경찰은 "순찰차로 추적하는 것보다 길바닥에 남은 혈흔을 따라 범행 장소를 수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며 "사건 현장에 도착한 것은 오전 4시46분, 상층에서 피해자가 숨졌다는 2차 신고가 접수된 이후"라고 했다. 통화 기록상 피해자가 최소 오전 4시5분까지는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피의자가 편의점으로 이동한 시간 등을 고려하면 사체를 훼손할 물리적 여유가 없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최소한 신원 확인은 했어야...남는 의문들

그러나 CCTV 영상에서 확인되는 상황과 경찰의 해명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몸에 피를 묻힌 나체의 남성이 25초 넘게 순찰차와 지척에서 마주쳤고 심지어 손까지 흔드는 상황이었다면, 살인 여부를 몰랐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신원 확인이나 제지 조치는 이뤄졌어야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도주가 시작된 이후에야 추격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사건 관련자로 판단해 멈추라고 지시했다'는 경찰의 설명과 별개로 왜 하차 후 접근하거나 즉각적 제지가 이뤄지지 않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김우석 변호사는 채널A '돌직구 강력반'에 출연해 "경찰이 국민 보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며 "경찰이 '멈추라 했는데 가더라' 할 거면 '경찰이 왜 있냐'는 말을 듣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사건은 경찰 초동 대응의 판단 기준과 현장 매뉴얼이 다시 도마에 오르는 계기가 됐다. 한편 A씨는 구체적인 범행 동기에 대한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북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 결정에 따라 오는 16일부터 A씨의 신상정보를 30일간 공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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