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부산시 지자체 부구청장과 산하 공공기관 이사장까지 지낸 인물입니다.
퇴직 후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자기 자본 없이 갭투자로 다세대 주택을 연달아 매입했고, 세입자들에게 총 62억 원의 전세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한 혐의로 구속되었습니다.
피해자는 주로 사회 경험이 적은 20~30대 여성이었습니다.
가해자는 "보유한 건물이 많다"며 재력을 과시하고, 고위 공무원 경력을 내세워 세입자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렸습니다.
경력이나 외형만으로 상대를 신뢰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많은 분이 "집주인이 전세금을 안 돌려주니까 사기 아니냐"고 생각하십니다. 하지만 법적으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전세금 반환은 민사상 채무입니다. 채무의 이행이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형사상 사기 범죄가 성립하지는 않습니다.
우리 법체계에서 채무불이행 그 자체는 범죄가 아닙니다.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지 않아서, 또는 일시적인 자금 사정 때문에 반환이 지연되는 것이라면 이는 민사적 분쟁의 영역입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전세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는데도 이를 숨기고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것은 사기입니다.
세입자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계약을 체결하거나 전세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집주인이 반환 불능 상태를 알면서도 알리지 않았다면, 세입자를 속인 것이 됩니다.
핵심 포인트
전세금 반환 지연 자체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이며 범죄가 아닙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처음부터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고 판단할까요?
사기성이 명확한 유형부터 보겠습니다. 실거래가가 5억 원인 집을 6억 원에 매수한 것처럼 가장한 뒤, 5억 5천만 원에 전세를 놓는 경우입니다.
전세금으로 집값을 치르고도 5천만 원이 남는데, 이것이 고스란히 범죄 수익이 됩니다.
집값보다 전세금이 높으니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이른바 '깡통 주택'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이런 구조에서는 신용 불량자를 바지 집주인으로 내세우거나, 공인중개사가 공범으로 가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계약 당시에는 충분한 반환 능력이 있었으나 이후 부동산 시장 악화 등으로 반환이 어려워진 경우라면 사기로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결국 사기 여부를 가르는 핵심은 '계약 체결 시점'에 반환 의사와 능력이 있었는가입니다.
이번 사건처럼 자기 자본 없이 갭투자로 주택을 여러 채 매입하면서 전세 사기로 귀결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 구조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집값이나 전세가가 하락하거나 전세 수요가 줄어들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집니다. 구하더라도 기존보다 낮은 전세금을 받아야 합니다.
이 경우 집주인은 차액을 자기 돈으로, 또는 빚을 내서 메워야 합니다. 주택이 여러 채이면 그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집니다.
73개 호실의 전세금을 돌려주어야 하는 상황에서 자기 자본이 없었다면, 반환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 상태에서도 후속 전세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게 되면 결국 돌려막기에 의존하는 구조가 됩니다.
마치 폭탄 돌리기와 같아서, 더 이상 돌릴 수 없는 시점이 오면 그때 피해가 한꺼번에 현실화됩니다.
바로 이 지점이 사기 혐의의 근거가 됩니다.
전세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것을 예상하면서도 후속 계약을 체결한 것은 반환 의사나 능력 없이 세입자를 속인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핵심 포인트
자기 자본 없이 갭투자로 주택을 다수 매입한 뒤, 반환 능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후속 전세 계약을 계속 체결하면 사기 혐의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돌려막기가 불가능해지는 시점에서 피해가 현실화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전세 사기를 완벽하게 막아주는 만능 장치는 없습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사기를 사전에 눈치채기도 어렵고, 사후에 입증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피해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것들은 있습니다.
첫째, 주택을 인도받고 전입신고를 하면서 전세 계약서에 확정일자를 받아두어야 합니다. 이것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출발점입니다.
둘째, 주택 등기부등본을 반드시 확인하여 근저당 등 선순위 담보 채권이 얼마나 설정되어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선순위 채권이 과도하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
셋째, 전세 주택의 실거래가와 전세 시세를 여러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다니며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
발품을 팔아 교차 검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넷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일반전세지킴보증' 제도를 활용하시기를 권합니다.
전세금 규모가 일정액 이하인 경우,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하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대신 반환해주는 제도입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집주인의 처벌보다 자신의 피해 금액을 돌려받는 것이기 때문에, 이 제도는 매우 유용합니다.
전세 사기 피해자 4명 중 3명이 20~30대라고 합니다. 사회 경험이 적어서 이런 요령을 몰라 피해를 입는 것이니, 매우 안타깝습니다.
힘들게 모은 전 재산을 지키기 위해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A. 전세금 미반환 자체만으로는 사기 고소가 어렵습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집주인이 계약 당시 전세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합니다. 다만, 집주인이 계속 반환을 미루고 연락을 회피하는 등의 정황이 있다면 수사기관에 고소하여 실제 재산 상태 등을 조사받게 할 수 있습니다.
A. 등기부등본을 열람하여 근저당 설정 금액과 전세권 설정 내역을 확인해야 합니다. 근저당 금액과 전세 보증금의 합이 해당 주택의 시세에 근접하거나 초과한다면 깡통 주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주변 공인중개사를 통해 시세를 교차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 전세보증보험(HUG, 한국주택금융공사 등)에 가입하면 집주인이 전세금을 반환하지 못할 때 보증기관이 대신 지급합니다. 현재로서는 세입자가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실효성 있는 안전장치입니다. 다만 모든 주택이 보증 가입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므로, 계약 전에 보증 가입 가능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A.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형사 고소를 통해 수사기관이 집주인의 재산 상태와 범행 경위를 조사하게 되면 민사 소송에서도 유리한 증거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 절차는 시간이 걸리므로, 전세금 반환 청구 소송과 부동산 가압류 등 민사적 보전 조치를 신속히 진행하는 것이 피해 회복에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