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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직무유기 | 수사기관이 '태만'과 '유기'를 가르는 지점

등록일2026. 10. 01
조회수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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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직무유기 | 수사기관이 '태만'과 '유기'를 가르는 지점

검사로 일할 때 직무유기 고발장은 꽤 자주 들어왔습니다. 민원 처리에 불만을 가진 시민, 내부 갈등이 있던 동료, 감사 결과를 넘겨받은 기관까지 고발의 출발점은 다양했습니다.

그중 실제 기소까지 이어지는 사건은 많지 않았습니다.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는 이 죄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런데 변호인이 된 지금, 저는 바로 그 "잘 성립하지 않는다"는 말에 기대는 분들을 가장 걱정합니다.

공무원직무유기 사건은 기소되는 순간부터 결과의 무게가 다른 범죄와 다릅니다. 처벌 규정의 구조 자체가 공직을 지키기 어렵게 짜여 있기 때문입니다.
 
━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형사그룹 대표변호사, 前 청와대 파견 검사)


 

공무원직무유기, 처벌은 어떻게 되나


직무유기죄는 형법 제122조에 규정되어 있습니다.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하면 성립합니다.
 

구분 내용
적용 법조 형법 제122조
(직무유기)
법정형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 자격정지
벌금형 없음
공소시효 5년
(직무를 버려둔 상태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봄)
공직에 미치는 영향 금고 이상 형의 집행유예나 자격정지가
확정되면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



법정형만 보면 무겁지 않아 보이지만, 이 표에서 가장 중요한 칸은 "벌금형 없음"입니다.

대부분의 범죄는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벌금형에서 멈출 수 있고, 공무원은 벌금형이면 원칙적으로 신분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공무원직무유기는 벌금이라는 선택지가 처음부터 없습니다.

유죄가 되면 징역·금고 아니면 자격정지이고, 금고 이상의 형의 집행유예를 받으면 그대로 당연퇴직 사유가 됩니다.

남는 길은 사실상 두 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불기소로 끝내거나, 유죄가 인정되더라도 선고유예를 받는 것입니다.

선고유예는 뇌물이나 직무 관련 횡령·배임 같은 일부 범죄를 제외하면 당연퇴직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형량이 아니라 처분의 종류를 놓고 싸우는 사건입니다.
 


수사기관이 '태만'과 '유기'를 가르는 기준


판례는 직무유기를 직무에 대한 의식적인 방임이나 포기로 봅니다. 바쁜 업무에 쫓겨 처리가 늦어졌거나, 착각하거나 판단을 잘못해 직무를 소홀히 한 경우는 징계 사유가 될 수는 있어도 직무유기는 아닙니다.

문제는 그 경계가 진술이 아니라 기록으로 판단된다는 점입니다.

검사 시절 이 사건을 볼 때 확인했던 것은 대체로 세 가지였습니다.
 

  • 1. 해야 할 일이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었는가

 

법령이나 지침, 상급자의 지시로 언제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특정되어 있었는지를 봅니다. 의무가 막연할수록 유기라고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 2. 그 일을 알고 있었는가
 

민원 접수 기록, 결재 시스템의 열람 기록, 내부 메신저가 이 질문에 답합니다. 담당자가 사안을 인지한 시점이 확인되면, 그 이후의 시간은 모두 설명이 필요한 시간이 됩니다.
 

  • 3. 알고도 손을 놓았는가


같은 민원이 반복해서 들어왔는데 매번 같은 방식으로 덮였는지, 다른 업무는 처리하면서 유독 이 사안만 남겨두었는지를 봅니다. 공무원직무유기 사건에서 수사기관이 '의식적 방임'을 읽어내는 곳은 대부분 이 반복과 선택의 흔적입니다.


 


"바빠서 못 했다"가 불리해지는 순간


조사에서 가장 흔한 해명은 업무가 너무 많았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사실인 경우도 많고, 판례도 업무 과다로 인한 지연을 직무유기로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수사기관은 이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업무가 많았다는 사실과, 그래서 이 사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는 사실 사이에 연결고리가 있는지를 봅니다.

같은 기간 비슷한 다른 사안은 처리했다면, "바빠서"라는 말은 오히려 이 사안을 골라서 미뤘다는 정황으로 바뀝니다.

더 위험한 것은 처리하지 않은 일을 처리한 것처럼 기록해 둔 경우입니다.

현장에 나가지 않고 점검을 마친 것처럼 보고서를 쓰거나, 검토하지 않은 서류에 확인 표시를 했다면 사건의 중심은 직무유기에서 허위공문서작성으로 옮겨갑니다. 허위공문서작성은 법정형이 훨씬 무겁고, 수사기관도 이 순간부터 사건을 다르게 봅니다.

그래서 변호인으로서 저는 의뢰인이 업무량을 호소하기 전에, 그 기간의 업무 처리 내역부터 확인합니다. 바빴다는 주장이 기록으로 뒷받침되는지, 오히려 반대 정황이 남아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명의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감사 단계의 진술이 수사 기록이 됩니다


공무원직무유기 사건은 대개 형사 절차보다 먼저 감사나 감찰에서 시작됩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 많은 분들이 실수를 합니다.

감사는 내부 절차라고 생각해서, 책임을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챙기지 못했습니다", "알고 있었는데 미뤘습니다" 같은 진술입니다.

징계 단계에서는 반성의 표현이지만, 이 확인서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면 직무를 알고도 방임했다는 자백처럼 읽힙니다.

검사 시절 넘겨받은 감사 자료에서 가장 먼저 찾아본 것도 바로 이런 문장이었습니다.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인식과 방임을 입증하는 가장 손쉬운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징계와 형사 절차는 따로 진행되지만, 기록은 서로를 오갑니다. 감사 단계부터 형사 절차를 염두에 두고 진술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변호인으로서 먼저 정하는 것


이 사건을 맡으면 저는 사실관계보다 먼저 목표를 정합니다. 불기소를 다툴 사건인지, 유죄 가능성을 전제로 선고유예를 목표로 해야 할 사건인지입니다.

의무가 막연했거나, 인지 시점이 불분명하거나, 업무 환경상 처리가 불가능했다는 자료가 있다면 직무유기 자체를 다툽니다. 이때는 당시의 지침과 업무 분장, 동료들의 처리 관행까지 함께 확보해 '의식적 방임'이 아니었다는 그림을 기록으로 보여줘야 합니다.

반대로 방임의 정황이 이미 뚜렷하다면, 무리하게 부인하기보다 경위와 사후 조치, 공직 생활 전체의 이력을 바탕으로 선고유예의 여지를 만드는 쪽에 집중합니다.

어느 쪽이든 이 판단은 첫 조사 전에 서 있어야 합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가 송치된 사건을 직접 보완수사할 수 없게 되면서, 경찰 단계에서 정리된 진술이 사실상 처분의 기준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맺으며


일을 놓친 것과 일을 버린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다만 그 차이는 당사자의 마음속이 아니라, 결재 기록과 민원 처리 내역 속에서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 사건에는 벌금이라는 중간 지점이 없습니다. 불기소와 선고유예, 그 사이 어디에서 멈추느냐에 따라 공직이 유지되기도 하고 끝나기도 합니다.

감사나 수사 연락을 받으셨다면 확인서를 쓰거나 해명을 준비하기 전에, 지금 남아 있는 기록이 수사기관의 눈에 '태만'으로 읽힐지 '유기'로 읽힐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수사와 처분을 직접 해본 검사 출신 변호사로서, 저 김우석 대표변호사가 그 지점을 함께 짚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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