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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무혐의 | 기소하던 자리에서 본, 무혐의와 기소를 가른 차이

등록일2026. 10. 06
조회수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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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무혐의 | 기소하던 자리에서 본, 무혐의와 기소를 가른 차이

검사로 일하던 시절, 책상 위에 가장 많이 쌓였던 기록 중 하나가 보이스피싱 사건이었습니다.

현금 수거책, 계좌 명의인, 체크카드를 건넨 사람. 역할은 달라도 조사 기록 속 진술은 놀라울 만큼 비슷했습니다.
 

"고액 알바인 줄 알았다"
"대출해준다고 해서 보냈다"
"보이스피싱인 줄은 정말 몰랐다."


그런데 같은 말을 한 사람들의 처분은 달랐습니다. 누군가는 혐의없음으로 사건이 끝났고, 누군가는 재판에 넘겨졌죠. 기록을 덮고 처분서를 쓸 때마다 확인했던 것은, 그 차이가 피의자의 말이 아니라 기록 안에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지금은 변호인으로서 같은 사건을 반대편에서 봅니다. 보이스피싱무혐의를 다투는 일은 결국, 그때 처분을 가르던 기준을 의뢰인의 기록 위에 그대로 대어 보는 데서 시작됩니다.
 
━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형사그룹 대표변호사, 前 청와대 파견 검사)


 

'무혐의'는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


흔히 무혐의라고 부르는 처분의 정식 명칭은 '혐의없음'입니다. 수사 결과 범죄가 인정되지 않거나, 범죄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할 때 내려지는 불기소 처분입니다. 경찰 단계에서 사건을 송치하지 않고 종결하는 불송치 결정에도 같은 판단이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나오는 보이스피싱무혐의 처분은 대부분 증거불충분에 해당합니다. 돈을 전달했거나 계좌가 쓰인 사실 자체는 인정되지만, 범죄라는 점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는 판단인 것이죠. 즉 이 사건의 승부처는 처음부터 '고의'입니다.

여기서 반드시 구분하셔야 할 처분이 있습니다. 기소유예입니다. 기소유예는 재판에 넘기지는 않지만, 범죄 사실 자체는 인정된다는 전제에서 내려지는 처분입니다.

처벌을 면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여도, 혐의없음과는 법적 의미가 전혀 다릅니다. 고의를 다툴 여지가 있는 사건이라면, 기소유예로 만족하기 전에 혐의없음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연루 유형별 적용 혐의와 처벌 기준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는 방식은 크게 현금을 직접 받아 전달한 경우와, 본인의 계좌나 카드가 피해금 이동에 쓰인 경우로 나뉩니다.

역할에 따라 적용되는 혐의와 법정형이 달라집니다.
 

연루 유형 적용될 수 있는 혐의와 처벌
현금 수거·전달 사기 공범 또는 방조
(사기죄 10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통장·카드 양도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대가를 받고
계좌·카드 대여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5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범죄에 쓰일 것을
알면서 계좌 제공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에 더해 사기방조까지 검토


계좌 명의인 사건에서는 법률상 '양도'의 의미가 중요합니다. 대출을 받게 해준다는 말에 속아 통장이나 카드를 잠시 건넨 경우는 양도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대가를 받기로 하고 빌려줬다면 그 자체로 처벌 대상이 됩니다. 결국 대가를 약속받았는지, 일시적인 사용만 허락한 것인지가 보이스피싱무혐의 여부를 가르는 첫 번째 지점입니다.

형사 절차와 별개로 진행되는 문제도 있습니다. 피해금이 거쳐 간 계좌는 지급정지되고 금융거래가 제한될 수 있어, 무혐의 처분을 받은 뒤에도 따로 해결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소된 사건에 공통으로 있던 것


이 사건에서 고의는 보이스피싱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았을 것까지 요구하지 않습니다. 범죄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그래도 괜찮다고 받아들였다면, 미필적 고의로 충분합니다.

그래서 기소 여부를 판단할 때 저는 피의자가 무엇을 알았는지보다, 보통의 사람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무엇을 알 수 있었는지를 먼저 물었습니다.

재판에 넘긴 사건의 기록에는 대체로 다음 정황이 겹쳐 있었습니다.

 

  • 첫째, 채용 과정의 비정상성


면접 없이 메신저로만 채용되었고, 회사의 실체를 확인할 방법이 사실상 없었습니다.
 

  • 둘째, 업무와 대가의 불균형


현금을 받아 옮기는 단순한 일에 비해 수당이 지나치게 높았고, 그 이유를 묻지 않았습니다.
 

  • 셋째, 정상적인 업무에서는 나올 수 없는 지시


금융기관 직원인 척하라거나, 받은 돈을 여러 번에 나눠 무통장 입금하라거나, 피해자 앞에서 정해진 말을 하라는 지시를 그대로 따랐습니다.
 

  • 넷째, 반복


처음 한 번은 몰랐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일이 여러 번 반복되었다면, 그사이 의심할 기회가 있었다고 봅니다.

이 네 가지가 겹치는 기록 앞에서 "몰랐다"는 진술은 처분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무혐의로 끝난 사건에 공통으로 있던 것


반대로 혐의없음으로 끝난 사건들에는 다른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피의자가 의심할 수 없었던 이유가 기록으로 남아 있었다는 점인데요.

구직 사이트에 정상적으로 올라온 공고, 사업자등록증이나 근로계약서처럼 그럴듯하게 꾸며진 자료, 업무 중 이상하다고 느껴 질문했고 납득할 만한 답을 받은 대화, 그리고 의심이 든 직후 스스로 일을 그만두거나 신고한 흔적입니다.

계좌 명의인 사건이라면, 대가를 약속받은 적이 없고 대출 절차의 일부로 믿을 수밖에 없었던 대화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보이스피싱무혐의는 이런 자료가 앞서 말한 네 가지 정황 하나하나에 답을 할 때 나옵니다. 채용이 비정상적이었다는 지적에는 정상적으로 보였던 이유를, 수당이 높았다는 지적에는 그 설명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맥락을 보여주는 식입니다.

문제는 이 자료들이 빠르게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조직은 대부분 자동 삭제 기능이 있는 메신저를 쓰고, 연락이 끊기면 대화방도 함께 사라집니다.

변호인으로서 사건을 맡으면 제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의뢰인의 휴대전화에 아직 무엇이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그 차이는 대부분 첫 조사에서 만들어집니다


기록을 다시 떠올려보면, 처분을 가른 결정적인 장면은 의외로 첫 조사에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어요."


솔직하게 말하려는 마음에서 나온 이 한 문장을, 수사기관은 미필적 고의를 인정한 진술로 읽습니다. 이상하다고 느끼고도 계속했다면 범죄일 가능성을 받아들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대부분 "그때 이상하다고 느꼈다"가 아니라 "지금 돌아보니 이상했다"는 뜻입니다. 사건이 드러난 뒤의 깨달음과 당시의 인식은 전혀 다른 문제인데, 조사실에서는 그 차이가 한 문장 안에 뭉개지기 쉽습니다.

거짓을 말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당시 알았던 것과 몰랐던 것을 시점에 맞게 정확히 나누어 말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경찰 단계에서 정리된 진술이 사실상 처분의 기준이 되면서, 보이스피싱무혐의를 다툴 수 있는 시간은 더 짧아졌습니다.
 


무혐의를 목표로 하면서도 함께 준비할 것


보이스피싱 사건은 결과의 폭이 매우 넓습니다. 고의가 인정되지 않으면 혐의없음으로 끝나지만, 인정되면 사기죄의 무거운 법정형이 그대로 적용되고 현금 수거책이라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혐의를 목표로 하는 사건에서도 처음부터 두 갈래를 함께 준비합니다.

고의를 다투는 자료를 최대한 확보하되, 판단이 다르게 날 경우를 대비해 가담 정도와 실제로 받은 대가, 피해 회복 가능성까지 함께 정리하는 것입니다.

두 방향은 서로 모순되지 않습니다. 처분을 내리던 입장에서 보면, 사건 전체를 객관적으로 정리해 온 피의자의 진술이 오히려 더 신뢰할 만하게 읽혔습니다.
 

맺으며


보이스피싱 조직은 평범한 사람이 의심하지 않도록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몰랐던 사람이 있고, 그런 분들이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것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다만 처분을 내리는 사람은 피의자의 마음을 볼 수 없습니다. 볼 수 있는 것은 채용 과정, 대가, 지시, 반복이라는 정황뿐이고, 그 정황이 "몰랐다"는 말과 맞아떨어질 때에만 그 말이 받아들여집니다.

연락을 받으셨다면 조직과의 대화방이 사라지기 전에, 그리고 첫 조사에서 무엇을 말할지 정하기 전에, 지금 남아 있는 기록이 무엇을 보여주는지부터 확인하셔야 합니다.

기소 여부를 직접 판단하던 자리에서 변호인의 자리로 옮겨 온 사람으로서, 저 김우석 대표변호사가 그 기록을 함께 짚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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