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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경찰조사 | 검사는 '몰랐다'는 말을 이렇게 읽습니다

등록일2026. 09. 23
조회수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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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경찰조사 | 검사는 '몰랐다'는 말을 이렇게 읽습니다

 

이 글의 요약

보이스피싱 수거책·전달책 사건의 승부처는 돈을 받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범죄인 줄 알았는지(고의)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의 재료는 대부분 피의자가 경찰 조사에서 스스로 내놓은 말과,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기록입니다.

"몰랐다"는 말은 그 자체로 아무것도 증명하지 못합니다. 몰랐다면 왜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형사그룹 대표변호사, 前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수석검사)


법무법인 명진 형사그룹 김우석 대표변호사
 


검사는 '이상함을 느낀 순간'을 봅니다


검사 시절 보이스피싱 사건 기록을 받으면, 피의자가 돈을 얼마나 받았는지보다 먼저 확인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일하는 과정에서 이상하다고 느낄 만한 순간이 몇 번 있었는가, 그리고 그때 어떻게 행동했는가입니다.

현금을 건네받아 무인기기에 넣으라는 지시, 사업자등록번호도 없는 채용 공고, 텔레그램으로만 이루어지는 연락, 일의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보수.

이런 정황이 쌓였는데도 아무것도 확인하지 않았다면, 수사기관은 "몰랐다"가 아니라 "알면서 눈을 감았다"고 판단합니다.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는 논리입니다.
 


고의를 판단할 때 반복해서 보는 세 지점


이 판단에 정해진 공식은 없습니다. 다만 기록을 볼 때 매번 확인하게 되는 지점은 있습니다.

첫째, 이상함을 느낀 시점과 일을 그만둔 시점 사이의 간격입니다.

그 사이가 길수록, 그리고 그 기간에 보수가 늘어났을수록 설명은 어려워집니다.

둘째, 지시에 대한 반응입니다.

신분을 숨기라거나 경찰을 만나면 이렇게 답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면, 그 침묵 자체가 판단의 근거가 됩니다.

셋째, 진술의 순서입니다.

불리한 사정을 먼저 꺼낸 사람과 자료가 나온 뒤에야 인정한 사람은, 같은 내용을 말해도 다르게 읽힙니다.

"몰랐다"가 받아들여지는지는 그 말의 강도가 아니라, 이 세 지점의 설명이 서로 맞물리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변호사
 


보이스피싱경찰조사에서 반복되는 세 가지 실수


이 사건의 조사에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피의자 대부분이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생각한 채 조사실에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그 마음은 대부분 진심입니다. 문제는 그 억울함이 진술을 흐트러뜨린다는 점입니다.
 

첫째, 기억을 넘겨짚습니다.


기억나지 않는 부분까지 "아마 그랬을 겁니다"라고 메우면, 통화 기록이나 위치 정보와 어긋나는 순간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립니다. 모른다와 기억나지 않는다를 구분해 답하는 것만으로도 기록의 무게가 달라집니다.
 

둘째, 역할을 축소합니다.


한 번만 했다거나 얼마 받지 않았다고 줄여 말했다가 계좌 내역으로 드러나면, 축소 진술 자체가 고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이 됩니다.
 

셋째, 휴대전화를 정리하고 갑니다.


삭제 흔적은 포렌식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웠다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 남아 있었다면 속았다는 구조를 보여줬을 대화까지 불리하게 해석됩니다.

첫 조사의 진술은 이후 모든 조사와 재판의 기준점이 됩니다. 뒤늦게 바로잡으려 하면 번복으로 읽힙니다.
 


지금은 첫 조사가 사실상 마지막 설명 기회입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직접수사권과 보완수사권이 폐지됩니다.

검찰 단계에서 기록의 빈틈을 다시 메우던 구조가 약해지는 만큼, 경찰 조사에서 만들어진 진술과 증거가 처분을 사실상 결정하게 됩니다.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이 변화는 특히 무겁습니다. 수거책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비율이 높고, 구속 여부가 정해지고 나면 방어의 조건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조직 전체가 함께 수사되다 보니, 공범들의 진술이 먼저 들어와 있는 상태에서 조사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중에 해명하겠다는 생각으로 첫 조사를 넘기면, 이미 만들어진 그림 위에 자신의 진술이 얹히게 됩니다.

변호사
 


조사 결과가 바꾸는 것들


수거책·전달책은 대개 사기죄의 공범으로 의율됩니다.

여기에 사안에 따라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이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이 함께 적용되고, 피해 규모가 크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 문제 되기도 합니다.

같은 행위라도 고의가 어디까지 인정되느냐에 따라 결론은 크게 갈립니다.

제가 기소로 넘긴 사건과 그 앞에서 멈춘 사건 사이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 혐의없음 : 고의와 공모가 인정되지 않는 경우
  • 기소유예 : 가담 정도가 경미하고 이용당한 구조가 뚜렷하며, 피해 회복이 이루어진 경우
  • 집행유예 : 혐의는 인정되지만 가담 기간·횟수가 짧고 피해 회복 노력이 인정되는 경우
  • 실형 : 반복적으로 가담했거나, 조직 내 역할이 컸거나, 피해 회복이 전혀 없는 경우
 

피해자가 여러 명인 사건에서는 회복의 순서와 방식 자체가 전략이 됩니다. 조사가 끝난 뒤 뒤늦게 움직이면 효과가 크게 줄어듭니다.

그리고 이 사건은 형사절차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뒤따르고, 사용된 계좌는 지급정지되어 금융거래에도 제약이 생깁니다.
 


맺으며


보이스피싱 사건에서 억울한 피의자는 분명히 있습니다. 속아서 가담한 사람과 알면서 가담한 사람이 같은 조사실에 앉습니다.

그러나 기록은 마음을 읽지 못합니다.

억울함은 감정이 아니라 설명과 자료로만 전달됩니다.

경찰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기 전에 지금 남아 있는 기록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부터 함께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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