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건 기록을 넘기다 보면 가끔 이름 하나가 참고인란에서 피의자란으로 옮겨 가는 장면을 보게 됩니다.
━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형사그룹 대표변호사, 前 청와대 파견 검사)
대부분 운전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입니다.
본인은 술을 같이 마셨을 뿐이고, 차에 같이 탔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수사기관이 보는 것은 조금 다릅니다. 그 사람이 없었다면 그날 운전이 시작될 수 있었는지를 묻습니다.
검사로 일하며 수많은 음주운전 사건을 처리했고, 지금은 같은 사건을 반대편인 변호사의 입장에서 맡고 있습니다.
음주운전방조죄는 양쪽에서 모두 보았을 때 선이 생각보다 분명한 범죄입니다. 그 선을 어디서 넘었는지를 정확히 짚는 것이 방어의 시작입니다.

형법 제32조는 타인의 범죄를 도운 사람을 종범으로 처벌합니다. 음주운전방조죄는 별도의 죄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이 방조 규정이 결합된 구조입니다.
그래서 음주 사실을 알면서 동승했다는 것만으로는 원칙적으로 부족합니다. 운전을 가능하게 하거나 쉽게 만든 구체적인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실무에서 방조로 평가되는 전형적인 행동은 이렇습니다.
검사 시절 동승자를 기소할지 판단할 때 스스로 던지던 질문은 하나였습니다.
"이 사람의 행동이 빠졌다면, 운전자는 그날 그대로 운전대를 잡았을까."
답이 "그래도 잡았을 것"이라면 방조로 끌고 가기 어렵습니다. 운전자가 이미 차에 올라 시동을 건 뒤에 탑승했거나, 대리운전을 권하다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반대로 "이 사람 때문에 가능했다"는 그림이 그려지면, 동승자는 더 이상 옆자리 사람이 아닙니다.
동승자에 대한 수사는 대개 운전자 조사가 끝난 뒤 시작됩니다. 계기는 크게 세 가지이고, 수사기관은 각각을 다른 무게로 읽습니다.
운전자가 "옆에서 괜찮다고 해서"라고 말하는 순간, 동승자는 사건 안으로 들어옵니다. 다만 검사는 이 진술을 그대로 믿지 않습니다. 운전자에게는 책임을 나누려는 동기가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운전자 진술만으로 음주운전방조죄를 인정하기보다, 객관적인 자료가 그 말을 뒷받침하는지를 먼저 확인합니다.
수사기관이 가장 신뢰하는 자료입니다. 여기서 보는 것은 말 한마디보다 대화의 방향입니다. "천천히만 가"라는 말은 걱정처럼 들려도, 운전을 전제로 동조한 말로 읽힙니다.
반면 "세워라", "내가 대리 부를게"가 반복해서 남아 있다면, 같은 차에 있었더라도 만류한 사람으로 평가될 여지가 커집니다.
결제 내역과 CCTV는 인식의 정도를 보여줍니다. 그중 수사기관이 특히 주목하는 것이 대리운전 앱 기록입니다.
호출했다가 취소한 흔적이 있다면, 누가 왜 취소했는지가 사건의 중심으로 올라옵니다.
이 자료들은 동승자의 기억보다 먼저 수사기관 손에 들어가 있습니다. 조사실에서 하는 말이 이 기록과 어긋나면, 그 자체가 불리한 정황이 됩니다.

음주운전방조죄에서 가장 무겁게 평가되는 지점은 차량의 소유·관리 관계입니다.
차 주인이 동승한 상태라면, 수사기관은 "운전을 허락한 사람"이라는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키를 직접 건넸는지, 운전자가 알아서 가져갔는지, 제지할 기회가 있었는지를 하나하나 따집니다.
검사 시절 기록을 볼 때도 이 부분은 늘 먼저 확인했습니다. 차량 제공은 방조 행위 중에서도 운전 자체를 가능하게 만든 결정적 기여로 평가되기 때문입니다.
회사 차량이나 가족 명의 차량이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실제로 차를 관리하고 키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가 기준이 됩니다.
방조범은 정범의 형보다 반드시 감경됩니다. 다만 감경의 출발점은 운전자에게 적용되는 법정형이고, 이는 혈중알코올농도에 따라 달라집니다.
| 운전자 혈중알코올농도 | 정범(운전자) 법정형 |
| 0.03% 이상 0.08% 미만 |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 |
| 0.08% 이상 0.2% 미만 | 1년 이상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1천만 원 이하 벌금 |
| 0.2% 이상 | 2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상 2천만 원 이하 벌금 |
운전자가 사고로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상의 방조가 문제 될 수 있고 그때는 전혀 다른 무게의 사건이 됩니다.
표만 보면 수치가 모든 것을 정하는 것 같지만, 처분을 정하는 자리에서는 다른 요소가 함께 올라옵니다.
검사로서 동승자의 처분을 고민할 때 저는 늘 두 가지를 나란히 놓고 보았습니다. 하나는 관여가 얼마나 적극적이었는가, 다른 하나는 운전자와의 처분 균형입니다.
같은 0.1%라도 키를 건네며 운전을 떠민 사람과, 대리 호출을 포기하고 그냥 따라 탄 사람을 같은 선에 세우지는 않습니다. 또 운전자가 어떤 처분을 받는지를 보고, 동승자의 책임이 그보다 과하게 평가되지 않도록 조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음주운전방조죄의 결론은 넓게 갈립니다.
인식이나 방조 행위가 입증되지 않아 혐의없음으로 끝나는 경우, 관여가 소극적이고 피해가 없어 기소유예로 정리되는 경우,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 인명 피해가 겹쳐 집행유예 이상이 선고되는 경우까지 모두 존재합니다.

이 사건을 맡으면 의뢰인의 억울함보다 그날의 기록을 먼저 봅니다.
검사 시절 동승자의 진술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우는 대부분 말이 틀려서가 아니라, 기록과 맞지 않아서였습니다. 기억은 시간이 지나며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리되지만, 기록은 그날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변호인의 일은 의뢰인의 이야기를 다듬는 것이 아니라, 기록이 이미 말하고 있는 것과 의뢰인의 설명이 어디서 만나고 어디서 어긋나는지를 먼저 확인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그래야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지가 보입니다.
이 판단은 경찰 조사 전에 서 있어야 합니다.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보완수사 기능이 사라지면서, 경찰 단계에서 정리된 사실관계가 사실상 처분을 결정하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수치가 아니라 정황으로 판단되는 방조 사건은 그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사건 중 하나입니다.
그날 운전대를 잡은 사람은 한 명이었지만, 수사기관은 그 차 안에 있던 모든 사람의 역할을 따로 묻습니다.
말리지 못한 것과 떠민 것은 법적으로 전혀 다른 행위입니다. 문제는 그 차이가 저절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동승자로서 출석 요구를 받았다면, 운전자와 연락해 기억을 맞추기보다 그날의 기록이 나를 어느 쪽에 세워두고 있는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그 판단이 서기 전에 조사실에 들어가지 않도록, 사건을 객관적으로 짚어줄 변호인과 먼저 상의해보시기 바랍니다.
